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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학 연구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학회원 여러분,
그리고 러시아학에 관심을 갖고 한국러시아문학회 홈페이지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한국과 러시아(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수교가 이루어지기 전해인 1989년 창립 이래로 한국러시아문학회는 러시아 문학, 어학, 지역학, 문화연구 등 러시아학의 각 영역을 연구하고 나누는 학문적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서 자기 역할을 꾸준히 해오며 오늘날까지 한국 사회에서 러시아 지역과 그 문화를 알리고 한국의 시각에서 이해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학술활동의 성과는 2024년 1월 현재까지 치른 93차의 정례학술논문발표회와 83집째 정기적으로 발간해 오고 있는 『러시아어문학연구논집』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러-우 전쟁의 여파는 실로 전방위적으로 한-러 관계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외교적으로 러시아의 비우호국가 명단에 포함되었고, 국내외적으로도 러시아학 연구와 교육활동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러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0년을 팬데믹의 여파로 제대로 기념하지도 못했고,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올해 마땅히 주목받아야 할 재러 한인 이주 160주년과 조로수호통상조약 140주년도 온전히 조명하기가 어려울 여건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국내외 정세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충만한 러시아 인문정신의 전통은 꾸준히 중단 없는 발전을 거듭해왔고, 우리 한국의 러시아학 전공자들도 이제는 그 명맥을 계속 이어나가며 세계 문명사에 작으나마 의미 있는 한 걸음만큼의 기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근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산업화와 자본주의 시장발전의 척도로 본다면 뒤쳐졌던 러시아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진취적인 사회적 실험을 겪어내고, 인간의 근본문제, 죄와 구원, 삶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응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열리고 있는 유라시아 시대 주요 공간의 경로에 펼쳐있는 러시아가 추진하는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북방정책의 만남은 여러 가지 질곡에 가로막혀 아직 온전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시대적 소명이자 역사적 필연으로서 돌아가는 과정이 언젠가는 펼쳐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학회는 이 엄혹한 시기를 학회원 모두 함께 버티며 나아가기 위한 학문공동체로서의 정체성에 충실하기 위한 본연의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 학회가 학회원 서로에게 유익한 도움이 되고 진지한 학술교류를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학회의 주인인 학회원 한 분 한 분 모두의 의견과 제언에 귀 기울이고 소중히 받들어가고자 합니다.

학회원 여러분들의 연구 성과와 학술교류가 새로이 다가오는 유라시아 시대에 한국에서의 러시아학 융성의 밑거름이 되어 앞날의 밝고 원대한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제18대 한국러시아문학회장
김진규